앙리 아르깡 인터뷰 - 세상에 천사가 살고 있다면
























"Si tant est qu'il existe des anges réels"
Interview with Henri Alekan, Cinematographer
by Richard Raskin
P.O.V. No.8, Parly, 7 August 1993


벤더스가 애초에 베를린 천사의 시<Wings of Desire>의 촬영감독으로 원했던 이는 로비 뮐러였다. 하지만 뮐러는 Barfly의 촬영을 이미 계약해논 상태였기 때문에 이를 거절했다. 지난 81년에 벤더스와 사물의 상태<The State of Things>의 촬영으로 호흡을 맞춘바 있는 베테랑 촬영감독인 앙리 아르깡은 그 다음으로 벤더스의 요청을 받았고 이를 받아들였다.

1909년에 파리에서 태어나, 앙리 아르깡은 마르셀 까르네의 Le Quai des Brumes (1938), 르네 끌레망의 La Bataille du rail (1946), 그리고 장 콕토의 La Belle et la Bête (1946) 같은, 프렌치 시네마의 수많은 걸작들의 프로덕션에 참여해왔다. 또한 아르깡은 la Librairie du Collectionneur사에서 출간된 이젠 1991년 최신판을 거듭한 '빛과 그림자에 대하여'<Des lumières et des ombres>라는, 영화와 회화에서의 빛의 본질에 관한 뛰어난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동안의 필름 작업에 대해 아르깡하면 으레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그는 시나리오와 감독의 요구에 자신의 스타일을 적용시키고 언제나 로케이션의 에센스만을 잡아내는 프랑스에서 가장 믿을 만한 촬영감독 중의 한 사람이다." (Ephraïm Katz, The Film Encyclopedia)

RR: 거의 감쪽같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다미엘(Damiel)의 날개가 보이는 그 샷에 관한 논의들이 선생님의 책에 나오는데요, 전 다미엘의 날개를 잠깐만 보여주는 그 아이디어가, 찍혀지기 바로 전에 그리고 천사들이 달랑 외투 하나 걸치고 있다는 설정을 결정한 그 바로 다음에 나온게 아닌가 추측해봤어요.

HA: 맞아, 이번 기회에 그 샷에 관한 내력을 꼭 얘기 해둬야겠군 - 게다 이 샷 뿐만 아니라 천사들이 날개를 달고 있게 하냐 이니냐에 대한 문제는 베를린에서 진행했던 사전 준비작업 초반부터 상당한 골칫거리였다는 사실도 말야. 매주 일요일 저녁에 난 벤더스에게 미술관을 방문하면서 그렸던 스케치들을 조금씩 가져다줬어요. "이건 이러 이러한 거장들이 날개를 그린 것들이고, 17세기 18세기 거장들은 이런 방식으로 날개를 시각화했다구" 이렇게 말하면서. 그리고 빔은 그땐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내 얘기를 정말 주의깊게 들었어.

그리고 어느 저녁날 이렇게 말하더군: "우린 파리에서 제작한 날개를 얻을거에요, 베를린에선 그런걸 만들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걔네들은 이러이러한 물건으로 만들거고 그걸 시험해보죠." 하루하루가 가면서 하지만 첫 슛 날짜는 다가만오고 어느날 우린 내 생각엔 아름답지도 않고 입을 수도 없는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날개를 가지고 시간만 허비하고 있었지. 날개란 누구나 한눈에 봐도 그 캐릭터에 딱하고 들어맡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어야 했다구.

그리고 나서 빔은 갑옷처럼 - 회화에 영감을 받아 - 날개를 입히는걸 생각해냈어요. 그리고 그 날개는 보다 딱딱한 재질로 만든 걸로. 시간이 지나고 갑자기 빔이 말하더군: "좋아, 천사들이 날개를 달고 베를린을 돌아다니게 하지 말자구. 날개를 바로 사라지게 하는거야." 그리고 우린 어떻게 보면 창작의 결핍 속에서 시달려야만 했어. 모든 관객들이 믿을만한 설정을 찾기 위해서 말이야. 난 그 결정에 동의했고 빔에게 일종의 트릭 효과를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나 했지 - 그건 실제론 좀 복잡한 건데 - 스튜디오 안에서, 모던하고 컨템포러리한 큰 회색 오버코트를 입은 천사들이 - 날개를 잠깐 달고 있다가 마술처럼 사라지게 하는거지.

그 트릭이란건 카메라 앞에 설치된 거울의 시스템과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에 꽤 어려웠어. 그리고 스튜디오의 양쪽에 똑같은 복장으로 서있는 천사 역할의 배우와 그의 대역은 각각 거울에 비춰지고 천사 배우와는 달리 대역은 날개를 입고 있게 하고. 그 다음 라이팅으로 날개는 밝아지거나 어둠속에 사라지는 거였어요.

이게 그 테크닉의 기본 아이디어야. 난 이미 40년전 미녀와 야수La Belle et la Bête 에서 그리고 수많은 다른 영화들에서 그걸 사용해본적이 있고 그게 어떻게 먹히는지도 꿰놓고 있었지. 하지만 이번엔 비디오 모니터를 보면서, 배우과 그 대역들도 자기 자신들을 볼 수 있었어요. 그게 두개의 바디와 날개를 이중인화해서 합쳐놓기 용이하게 만들었지. 하지만 그렇게 잘 해내기 위해선 하루 온종일이 걸리더군. 그리고 그 날 빔은 성당 꼭대기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겨우 몇개의 이미지들만을 움켜쥐고 찍었어. 그리고 한번에 날개가 없어지는 거지. 만약 세상에 진짜 천사가 있다면 - 이제 진짜 천사들처럼, 베를린의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보다 더 사람같은 천사들로 영화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RR: 선생님은 후반작업에서 행해지는 특수효과 보다는 카메라 쪽에서 먼저 창조되는 이펙트들을 선호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 물론 선생님한테는 나름의 도전이겠지만, 보는 이들이 카메라에서 만들어진 그런 경이로운 '진짜스러움'을 경험케 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지 않나 상상해봅니다.

HA: '진짜'스럽다란 용어가 완전히 들어맞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카메라 쪽에서 행해진 트릭들은 사실 사람의 힘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거니까. 반면에 랩에서 만든 트릭들은 - 물론 그것도 사람의 힘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 쓸모있는 과학의 도움으로 완성되는 거지. 그리고 거기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와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사고의 차이가 존재하는거에요. 일렉트로닉한 이펙트가 꼭 수작업으로 만든 트릭으로 얻을 수 있는 느낌과 사람들에게 똑같은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게 해준다곤 믿고싶지 않아. 극장에서 그런 트릭들은 항상 수작업으로 완성되어 왔었다는게 그 증거가 아닐까. 그리고 난 우리가 순간 어쩌면 단순한 영화적 트릭이라고 탄로날만한 불완전한 상황속에서도 그러한 위험들을 충분히 껴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적인 이펙트들은 정말로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진짜로. 대중들은 우리가 이펙트를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말게 해야 한다구. 하지만 그들은 그 효과를 만든 사람이 느꼈을 법한 그런 감정을 똑같이 경험해야만 하지. 오케스트라의 뮤지션들처럼 그립이나 개퍼나 카메라맨들이 만드는 것들을 말이야. 레코드 되어버린 콘서트는 저에겐 극장이나 뮤지션들 앞에서 경험하는 콘서트와 똑같은 방식으로 경험될 순 없어. 그리고 영화작업에서의 트릭 효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이것이 바로 항상 내가 너무 계산적이고 과학적인 트릭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든 내 자신 스스로 세트 위에서 매뉴얼로 고안한 트릭들을 선호하는 이유라고나 할까. 이런건 다 센스와 이모션의 문제로 뒤돌아오게 되는거에요. 난 우리가 멜리에스의 영화에서 보았던 단순한 이펙트에서 오는 매혹과 황홀함보다 완벽할 정도로 짜여진 미국영화의 스페셜 이펙트들이 더 감동을 준다곤 생각하지 않아. 왜냐면 난 창조적인 아티스트들은 랩에서 집행되어진 과학적인 본성에 의한 특수효과들을 통해서 보다는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트릭들에 의해 대중들과 보다 직접적으로 커뮤니게이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나한텐, 그건 너무나 중요한 거에요.

이런것들이 왜 내가 약간은 올드 패션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상대적으로 단순한 트릭을 사용하는 이유라구 - 반반사(semi-reflective) 거울로 라이트를 켰다 껐다하며 아티스트의 감각을 사람들에게 바로 직접적으로 전달해주면서.

RR: 어떤 장면에서라도, 그런 특별한 이펙트들은 최고였어요.

HA: 음 그게 바로 내가 바라보는 방식이에요. 잠깐 지나가는 뭔가라도, 난 우리가 특별하고 놀랄만한 것 보다는 뭔가 마술적인 무언가를 느낀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건 단순히 실제론 천사가 아니라 그 대역이 입고 있지만 그 날개가 나타나게 혹은 사라질 수 있게 라이트를 키냐 안키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지요.

RR: 먼저 다미엘이 보이고 그 다음 컨버터블에 앉아있는 카시엘이 나오는, 승용차 셀링 스토어에서의 두개의 샷이 있는데요, 이 각각의 샷들 처음에, 천사는 차 앞유리에 반사되는 형광등에 가려져 있어요, 그리곤 자동차 옆쪽으로 카메라가 움직이면 마침내 그 캐릭터가 드러납니다. 혹시 그 앞유리에 그런 반사가 생길거라고 미리 알고 계셨나요?

















HA: 아니에요, 그게 바로 왜 빔 벤더스랑 같이 일하는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보여주는거라구! 그는 상황속에서 변칙적으로 일어나는 갑작스런 뭔가를 위해, 그리고 그런 즉흥성을 위한 약간의 여지를 남겨놓을줄 아는 감독이에요. 빔은 그런걸 하길 예상하고 있었고, 나한테 천사들중 한 명이 유리창을 통해 그 스토어 안으로 마법처럼 들어갈 수 있는, 보다 정교한 트릭을 어레인지할 수 있게끔 했어. 우린 이걸 해보는데 하루 하고도 반나절을 썼지만 그 효과는 별로 좋진 않았어. 다 괜찮았는데, 어떤 필이 느껴지지 않는거야..

그건 결국 편집실에서 잘려나갔고 배우들과 리허설하는 도중 그 스토어 천장에 달려있는 형광등이 차창에 반사되는걸 보고 나한테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에 의해 대체되었지. 비관적인 기분을 뒤로하고 난 빔에게 말했어: "우리가 만약 두 캐릭터의 얼굴을 가릴 정도로 저 형광등을 오버노출 시키면 어떨까?" 그리고 한 명의 얼굴에서 다른 얼굴로 트랙킹 샷을 만들고, 그러면 계네들이 형광들 반사 뒤로 나타날꺼 아냐." 빔은 소리치더군 "브라보!"

그게 우리가 했던 거에요 - 트릭이 아니라, 그건 실재에서 일어났죠. 어떤면에서는, 형광등은 배우를 밝히던 라이트 보다 강했어. 물론 배우의 얼굴을 조명하는 라이트도 있었지. 그 라이트들은 그 씬의 처음엔 꺼져있어. 그게 바로 형광등 라이트가 메인으로 자리잡아 보이는 이유지. 그리고 카메라가 트랙을 타고 움직이기 시작할때, 우린 라이트를 서서히 키기 시작했고 얼굴은 차창 뒤에서 드러났어요.

그건 거의 동시에그리고 예상치못하게 일어난 거고, 꽤 흥미로왔지. 감독들이라고 모두가 그런걸 같이 하겠다고 하진 않아. 아마 누군가는 거절했을거야. 아마 전부가 거절했을걸. 지금은 그런 짧은 결단의 순간에 그런 엄청날 정도의 창작의 자유와 보다 폭넓은 관용이 존재하는 것 같아 좋아. 하지만 내가 Duvivier하고 일했던 시절엔, 예를 들자면, 모든 요소들은 그의 대본 속에 정확하게 계산되어져야만 했어. Carné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그들은 상상의 여지란 전혀 존재하지 않은 디테일된 슈팅 스크립트와 샷 바이 샷들을 따라가야 한다고 배운 올드스쿨 계열 감독들이었어요.

다행스럽게도, 빔과는 - 그가 미리 모든 샷들을 세심하게 계획해논다고 해도 - 예상치않은 찰나의 순간을 위한 여백을 남겨놓고 작업했다구. 맞아, 그게 바로 그가 한 일들이었지.


(계속...)
by flea101
by flea101 | 2005/08/19 15:57 | speak & spell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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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aco at 2005/08/24 04:51
스틸샷만 봐도 졸려. 다스킨트킨트바...
Commented by flea101 at 2005/08/24 08:18
맞다 묭덕시절엔 정말 최고의 수면제였던 기억이.. 그땐 우리가 핵꾜라는 울타리에 살아서 그랬던 것 같다. 영화에 미친후 다시 쳐다봤을때 먼저 나 자신한테 놀랐다 어떻게 똑같은 경험이 이렇게 다르게 다가올수있을까 하고, 그리고 촬영하면서 다시 앙리선생님 때문에 또다시 만나게된 영화다. 선생님 특유의 그 빈티지하면서도 럭셔리한 감각이 너무나 잘 맞는 작품. 개인적으로 로비 뮐러 좋아하지만 선생님이 촬영하게된게 다행이라고 생각.
'영화와 도시'하면 조성룡아저씨 같은 분들이 노래부르는 첫번째 레파토리가 바로 이 영화다. 니 전공분야를 위해 언젠가 날잡아 각성제 투여하고 다시 도전해볼것을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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